회생신청은 부도인가: 공사도급계약 해지와 계속수행
최근 수행한 사건의 의뢰인은 설립 11년차 실내건축 하도급 전문기업이었습니다. 대형 건설사와 시행사가 발주하는 공동주택, 오피스, 발전소, 역사(驛舍) 등의 수장·마감·목창호 공사를 주로 수행해 왔고, 부채 규모는 140억 원대, 협력업체는 250여 곳에 이르렀습니다.
회생을 신청하면서 대표님이 가장 먼저 물으신 것은 변제율이 아니라 이것이었습니다.
"회생 들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원청에서 전부 타절하는 것 아닙니까."
[최재윤의 회생 인사이트] 건설사 회생 실무 10부작
실내건축·건설 하도급 기업의 회생 사건에서 원청, 회사, 협력업체 사이에 실제로 문제되는 쟁점을 순서대로 정리하였습니다.
- 1편. 회생신청은 부도인가: 공사도급계약 해지와 계속수행 (현재 글)
- 2편. 회생 중 기성청구·정산·설계변경·증액은 가능한가
- 3편. 원청의 협력업체 하도급대금 직접지급은 가능한가
- 4편. 직접지급하면 원청의 기성금 채무는 소멸하는가
- 5편. 직불합의와 압류가 경합하면 무엇이 우선하는가
- 6편. 타 현장 채권자의 압류로 이 현장 공사가 멈추는가
- 7편. 개시결정 후 공사대금·자재비·노임은 어떻게 보호되는가
- 8편. 회생신청 직전 납품한 자재대금은 회생채권인가 공익채권인가
- 9편. 협력업체 직불이 나중에 부인권 대상이 되지 않는가
- 10편. 회생신청 후 현장 운영자금을 계속 집행해도 되는가
건설 하도급 기업의 회생에서 가장 먼저 정리하여야 할 문제입니다.
진행 중인 현장이 있고 잔여 공기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회생신청이 공사도급계약의 해지사유가 되는지 여부에 따라 회생의 성패가 갈리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그 법리를 정리합니다.
회생신청은 부도나 사업 중단이 아닙니다
결론: 회생절차는 사업의 청산이 아니라 계속을 전제로 채무를 조정하는 재건형 절차입니다. 회생신청 자체는 부도가 아닙니다.
회생절차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재건형 절차입니다.
사업을 정리하는 파산과 달리, 사업을 계속 수행하면서 채무의 변제시기와 변제방법을 조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앞의 사건에서도 회사는 회생신청과 동시에 진행 중인 다수 현장의 공사를 계속 수행하였습니다.
잔여 공기가 4주에서 4개월 수준인 현장들이었고, 회생절차 초기 단계와 병행하여 충분히 완료할 수 있는 규모였습니다.
회생신청을 이유로 공사를 중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회생절차의 진행 경과와 각 단계의 효과
회생절차는 개시신청,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개시결정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단계 | 근거 | 공사 수행에 미치는 영향 |
|---|---|---|
보전처분 | 제43조 | 기존 채무의 변제, 담보 제공, 재산 처분을 금지. 공사 수행은 금지 대상이 아님 |
포괄적 금지명령 | 제45조 | 모든 채권자의 강제집행·가압류·경매 금지. 현장 기성채권이 개별 집행으로부터 보호됨 |
개시결정 | 제49조 | 관리인 선임, 사업은 관리인에 의하여 계속됨 |
보전처분은 회사의 재산이 특정 채권자에게 편파적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조치이지, 회사의 영업 즉 공사 수행을 중단시키는 조치가 아닙니다.
공사를 계속하며 그 대가인 기성금을 청구하고 수령하는 것은 오히려 회사 재산을 늘리는 행위이므로 금지 대상이 아닙니다.
회생신청은 공사도급계약의 해지사유가 아닙니다
결론: 회생신청과 개시결정은 공사도급계약의 해지사유가 아니며, 회사는 모든 단계에서 공사를 계속 수행할 수 있습니다.
가. 개시결정 전
신청 후 개시결정 전까지 회사는 여전히 업무수행권을 보유합니다. 따라서 공사 수행, 기성청구, 정산, 변경계약 체결 등 통상의 영업활동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나. 개시결정 후, 쌍방미이행 쌍무계약
개시결정 후 공사도급계약은 회사와 원청 쌍방이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쌍무계약, 즉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해당합니다.
이 경우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제119조 제1항).
이행 여부의 선택권이 관리인에게 부여됩니다.
원청은 관리인에게 이행 여부의 확답을 최고할 수 있고, 관리인이 30일 이내에 확답하지 아니하면 해제권 또는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봅니다(제119조 제2항).
계약관계가 조기에 확정되는 구조입니다.
잔여 공기가 짧고 기성률이 높은 현장은 계약의 이행이 회생에 필수적이므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할 것이 확실시됩니다.
원청이 함부로 타절하지 못하는 이유
대표님들이 우려하시는 것과 달리, 원청의 계약 해지에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가. 해지에는 채무불이행 사유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상 채무불이행 사유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이상, 회생신청 사실만으로 즉시 해지에 나서기는 어렵습니다.
도산을 이유로 한 해지조항이 계약서에 있더라도 그 효력에 관하여는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나. 이행 선택 시 원청의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보호됩니다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면 그 후 상대방인 원청이 갖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이 됩니다(제179조 제1항 제7호).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수시로 변제받는 두터운 보호를 받으므로, 원청으로서는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안전합니다.
다. 원청에게도 계약 유지가 이익입니다
공사가 중단되면 원청으로서는 대체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공기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앞의 사건에서도 공정률이 상당 부분 진행된 현장이 다수여서, 신규 업체로 교체하는 데 따르는 시간적·경제적 손실이 컸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회생신청 사실만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는 실무상 드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회생신청하면 원청이 바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까.
A. 회생신청과 개시결정은 공사도급계약의 해지사유가 아닙니다. 해지에는 별도의 채무불이행 사유가 필요하며, 정상적으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면 회생신청 사실만으로 해지되지 않습니다.
Q. 개시결정 후에도 공사를 계속할 수 있습니까.
A. 가능합니다.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대하여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면 계약은 그대로 유지됩니다(제119조 제1항).
Q. 원청이 이행 여부를 물어오면 어떻게 됩니까.
A. 관리인이 30일 이내에 확답하지 않으면 원청은 해지권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계약이 유지됩니다(제119조 제2항).
Q. 계약서에 도산 시 해지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A. 도산해지조항의 효력에 관하여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회생절차의 취지상 그 효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안은 계약 내용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Q. 이행을 선택하면 원청이 받을 대금은 어떻게 보호됩니까.
A.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후 원청이 갖는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서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수시 변제됩니다(제179조 제1항 제7호).
정리
건설 하도급 기업의 회생에서 첫 번째로 정리하여야 할 문제는 "회생신청이 계약 해지로 이어지는가"입니다.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회생신청과 개시결정은 해지사유가 아니고, 개시 후에는 이행 여부의 선택권이 관리인에게 있으며, 이행을 선택하면 원청의 청구권은 공익채권으로 보호됩니다.
오히려 잔여 공기가 짧고 기성률이 높은 현장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회사, 원청, 협력업체 모두에게 이익입니다. 회생신청 시점을 결정하실 때 계약 해지에 대한 막연한 우려로 결정을 늦추실 필요가 없습니다.
[최재윤의 회생 인사이트] 건설사 회생 실무 10부작
다음 편. 회생 중 기성청구·정산·설계변경·증액은 가능한가
회생신청 시기와 현장 계속수행 검토
법무법인 로집사 기업도산센터는 서울회생법원 및 대전회생법원에서 법인회생, 법인파산 사건을 담당한 판사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가 하나의 팀으로 사건을 수행합니다.
개시결정까지만 법률 업무를 수행하고 회생계획안 작성과 채권 조사를 외부 회계법인에 위탁하는 방식과 달리, 신청 준비부터 인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부에서 처리합니다.
특히 협력업체가 다수인 건설 하도급 기업의 회생에서 원청과의 계약 유지, 직접지급, 현장 계속수행 문제를 함께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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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중인 현장의 잔여 공기와 계약 구조를 확인하여 회생신청 시점과 계속수행 가능성을 함께 진단해 드립니다.
글. 법무법인 로집사 기업도산센터 파트너변호사 최재윤
본 글은 실제 수행 사건을 업종과 규모 수준으로 일반화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은 개별 법률 상담을 통하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