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회생 상담을 하다 보면, 회사 대표님들이 ‘관리인 제도’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가지고 계신 경우가 많습니다. “회생에 들어가면 법원이 우리 회사를 대신 운영하는 건가요?”, “대표이사인 저는 자동으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나요?”, “뉴스에서 보던 제3자 관리인이 우리 회사에도 오는 건가요?” 하지만 실제 기업 회생 실무에서는 대표님들의 우려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다양한 회생 사건 실무 경험을 토대로, 기업·회사 대표가 반드시 알아야 할 법인 회생 관리인 제도를 본 글을 통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기업이 회생에 들어가면 누가 회사를 운영하나요?
재정 위기로 법인 회생을 고민하는 기업은 보통 두 가지 극단적인 오해 사이를 오갑니다.
하나. “회생 신청만 하면 법원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둘. “회생에 들어가면 경영권은 완전히 빼앗기는 것 아닌가”
하지만 실제 법인 회생 절차에서는 ① 회사의 경영과 재산을 누구 책임 아래 둘 것인지, ② 채권자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인들이 누구를 신뢰할 수 있는지, ③ 회생 계획을 누가 주도할 것 인지를 기준으로 '회생 법인의 관리인(종전 대표이사 VS 제3자 관리인)'을 정하게 됩니다.
즉, “누가 회생 기업을 관리하여 구조조정 절차를 수행하여 무사히 회생 절차를 졸업 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리인 선임의 기본 골자입니다.
- 법인 회생 관리인이란?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회사 운영을 총괄할 ‘관리인’을 선임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1항). 관리인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과 협의해 확정된 회생계획에 따라 회사를 운영·감독하는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입니다. 이때 관리인은 단순한 내부 경영자가 아니라, 법원의 감독을 받으면서 기업·채권자·주주·근로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균형 있게 조정해야 하는 공적 수탁자 역할을 맡습니다. 즉, 회생 제도 안에서 관리인은 법인·기업의 구조조정과 재건을 이끄는 중심축입니다.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ebtor in possession, DIP) - 원칙
과거 구(舊) 회사정리법 시절에는 회사가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 기존 경영진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권에서 물러나는 것이 원칙이었습니다. 법원이 전혀 모르는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한 것입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을 전혀 모르는 외부인이 갑자기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다 보니, 거래처가 끊기고 핵심 기술 인력이 이탈하면서 오히려 회사가 망가지는 부작용이 속출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DIP)'를 채무자회생법에 명시하여, 이제는 원칙적으로 기존 경영진이 회생 회사의 관리인이 되도록 법을 개정하였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2항).
따라서 대표님들의 많은 오해와 우려와 달리, 현행 채무자회생법은 기존 대표자를 회생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과 구조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인으로 선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74조(관리인의 선임)
② 법원은 다음 각호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 개인인 채무자나 개인이 아닌 채무자(법인)의 대표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여야 한다.
- 기존 경영자 관리인제도 'DIP'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 경영진을 법정관리인으로 선임해 계속 경영을 맡기는 제도. 기업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법정관리 신청을 피하는 기업인들을 유인하기 위해 2006년 통합도산법 신설 당시 도입했다. 현 경영진이 부실 경영에 중대한 책임이 있거나, 횡령·배임 등의 문제가 있으면 DIP를 적용하지 않고 법원이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한다.
*출처 : 한경 경제용어사전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되는 경우 - 예외
다만, 특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외부의 제3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게 됩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74조(관리인의 선임)
1. 채무자의 재정적 파탄의 원인이 다음 각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대표이사 등)가 행한 재산의 유용 또는 은닉이나 그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부실경영에 기인하는 때
2. 채권자협의회의 요청이 있는 경우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3. 그 밖에 채무자의 회생에 필요한 때
채무자회생법은 상기와 같이 ① 대표이사 등이 회사 재산의 횡령, 배임, 은닉 등 불법 행위가 있는 경우 ② 대표이사의 중대한 책임으로 인해 회사가 재정적 파탄에 이른 경우 ③ 채권자협의회가 합당한 이유를 들어 기존 대표자 선임에 반대하는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기존 대표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많은 대표님들이 "내가 경영을 잘못해서 회사가 어려워진 건데, 2번(중대한 책임)에 해당해서 쫓겨나는 것 아니냐"는 걱정 어린 질문을 하십니다. 그러나 거래처의 부도,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변동, 납품 단가 인하 압박 등 통상적인 사업 리스크로 인한 경영 악화는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책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빼돌리거나(가지급금의 악용 등), 명백한 불법행위로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기존 대표자가 관리인에 선임됩니다.
최근 기업 회생 사례에서 제3자 관리인이 선임된 예로는 티몬·위메프 사례가 있습니다.
- '법원, 티몬·위메프 회생절차 개시 결정…제3자 관리인 선임' 중앙일보 기사 중 발췌
다만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자 대신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해 달라는 채권단 요구에 따라, 재판부는 제3자 관리인을 선임해 경영을 맡겼다. 티메프의 관리인은 2013년 동양그룹 회생 사건의 관리인이었던 조인철 전 SC제일은행 상무가 맡았다. 조 전 상무는 법원의 감독에 따라 티메프의 재산을 관리하게 된다.
즉 티몬·위메프의 채권단은 기존 경영진에 대한 신뢰 상실을 원인으로 제3자 관리인이 선임을 요청하였고, 법원을 이를 받아 들여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였습니다.
회사가 회생에 들어갔다고 해서 대표이사가 자동 퇴진하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회생이 시작되면, 기존 대표자는 “기업 대표 + 회생 관리인”이라는 이중적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그 순간부터는 회사만이 아니라 채권자·이해관계인·법원을 모두 상대해야 하는 공적 책임자(Trustee)로 바뀝니다.
‘기존 경영자 관리인(DIP)’제도의 취지
제도의 도입 연혁
지금도 일각에서는 DIP 제도를 두고 자주 제기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회사를 망가뜨린 경영진에게 왜 다시 회사를 맡기느냐”
특히 금융기관이나 채권자 입장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생 절차에서 기존 경영진이 계속 경영을 담당하는 DIP 제도가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제도 도입 당시와 현재 까지 금융권에서는 아래와 같은 우려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 경영 실패의 책임이 있는 경영진이 계속 회사를 운영한다는 점
- 경영권 유지를 위해 인수합병(M&A)을 방해할 가능성
- 회생 절차 중 회사 자산을 부적절하게 처리할 위험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일정 부분 현실적인 측면도 존재 합니다. 하지만 기업 회생 실무에서는 DIP 제도가 도입되어 유지되는 이유가 분명히 존재합니다.
금융권이 제기하는 DIP 모럴해저드 논쟁
채권자 입장(특히 금융기관 채권자)에서 보면 DIP 제도는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구조일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업 부실 상황에서는 경영 실패의 책임이 경영진에게 있기 때문에 경영진 교체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과거 철강업체 한 곳은 법정관리(회생) 과정에서 여러 차례 회사를 매각할 기회가 있었지만 경영진이 매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해당 기업은 사업 상황이 더 악화되면서 청산 절차를 밟게 되었습니다.
요컨대 해당 철강 업체 대표는 본인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M&A를 방해 한 것이고, 금융기관 채권자들은 청산 과정에서 원금 일부만 변제 받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된 것입니다.
회생 실무의 시각 - 현행 제도가 유지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기업이 회생 절차에 들어오는 시점은 이미 재무 상태가 상당히 악화된 상태입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를 가능한 한 빠르게 정상적인 사업 구조로 돌려놓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기존 경영진을 유지하는 DIP 제도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회생 신청 시점을 앞당기는 효과
과거에는 기업들이 법정관리를 매우 늦게 신청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러나 DIP 제도가 도입된 이후에는 경영권 상실 위험이 줄어들면서 회생 신청 시점이 앞당겨지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이는 기업 가치가 완전히 훼손되기 전에 구조조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채권자에게도 반드시 불리한 제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사업의 연속성 유지를 통한 실질적인 기업 가치 제고 효과
회사를 경영하면서 기존 경영진들은 수십 년간 공정 노하우를 닦아 왔고, 거래처와의 끈끈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무엇보다 직원들의 특성 등 회사의 내부 사정을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 입니다. 구조조정의 의지가 확실한 대표님들은 법원은 철저한 관리하에 회사 체질 개선의 적임자인 것입니다.
- 법원은 언제든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DIP 제도가 경영진을 무조건 보호하는 제도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채무자회생법 제74조 제2항의 기존 경영진 배제 사유(경영진의 부정행위, 재산 은닉, 채권자 이익 침해 행위 등)가 회생 절차 중 발생하면 법원은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도 이러한 상황에서는 기존 경영진이 배제되는 사례가 왕왕 있습니다.
즉, DIP 제도는 조건부 신뢰를 전제로 한 구조라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관리인의 권한
회생 개시 후, 관리인은 회사 경영과 관련하여 실질적인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경영권뿐 아니라 재산관리권·계약 체결권·소송상 권한까지 모두 관리인에게 집중됩니다.
관리인의 기본 권한
- 기업 운영에 관한 중요 의사결정
- 법인의 재산 관리 및 처분
- 영업 관련 계약의 체결·변경·해지
- 회생 계획·구조조정 전략의 수립 및 실행 (*기존 대표자와 가장 구별 되는 관리인의 고유한 권한이자 의무입니다)
법원의 허가가 필요한 주요 경영 행위
다만, 회생 기업의 재산을 보호하고 채권자들의 전체 이익을 보존하기 위해 법원은 일부 중요한 행위에 대해 사전 허가를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의 양도 또는 주요 사업부 매각, 핵심 자산(부동산·주요 설비 등) 매각, 대규모 신규 차입, 소송 제기·화해·조정 등 민사상 중요한 법적 행위 등 이 같이 중요한 회사의 의사 결정은 관리인이 독단적으로 할 수 없고, 반드시 회생 법원의 허가 또는 보고·승인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관리인의 의무 : 기업 구조조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
관리인은 회사나 대표이사만을 위한 사람이 아닙니다. 법과 실무는 관리인을 공적 수탁자, 즉 공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입니다.
관리인의 핵심 의무
- 법원의 감독 아래 기업 경영 및 회생 계획 수행
- 회생 사유 조사 및 보고
- 기업의 재산·부채·영업 현황 분석
- 필요 시, 전·현직 임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가능성 검토
- 채권자·주주·근로자 등 이해관계인의 이익 균형 유지 등
이 과정에서 관리인이 작성하는 보고서와 설명은, 회생계획안 작성·인가 여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료가 됩니다. 그래서 회생 실무에서는 관리인의 전문성·도덕성·소통 능력이 회생 성패를 좌우하는 변수라 평가하고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관리인이 되었을 때 반드시 알아야 할 5가지
지금까지 관리인 제도에 대한 논의를 정리하며, 대표님들이 자주 묻는 질문을 살펴보겠습니다.
회생 개시 후 법인의 공식 대표는 ‘관리인’입니다.
모든 계약서·공문·소송 서류 등 중요한 회사 서류에는 “관리인 ○○○” 표시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기업은 ‘대표이사 관리인(DIP)’ 구조로 회생을 진행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와 같이, 제3자 관리인 선임은 예외적인 경우입니다.
관리인은 회사의 이익만이 아니라 ‘전체 이해관계인의 이익’을 고려해야 합니다.
다만 이제 더 이상 대표님은 회사의 사적 이익 만을 추구하여서는 안됩니다. 채권자·주주·근로자·거래처 등 이해관계인 전반의 시선과 이익을 신경 써야 합니다.
중요한 경영 행위는 반드시 회생 법원의 허가가 필요합니다.
관리인이 되신 대표님께서 가장 신경 쓰이는 항목입니다. 특히 무리한 자산 매각·특정 채권자에 대한 편파적인 변제는 큰 문제를 부릅니다.
[TIP] 다만 인가 후 10년 동안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 회생 절차 조기 종료와 관련한 글을 참고하세요.
회생 절차는 일반적인 기업 운영과 전혀 다른 규칙으로 움직입니다.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아 본격적인 변제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당장에 법원에 제출하는 '월간보고서'를 작성하여야 하며, 상기와 같이 중요한 경영 행위를 경영진의 단독 판단으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재 도약을 위해서는 기업 회생 전문가들의 조력을 받아 '법인 회생'이라는 문법으로 회사를 운영하셔야 합니다.
관리인 제도를 이해하면 법인 회생의 큰 그림이 보입니다.
법인·기업 회생은 단순히 빚을 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회사를 다시 설계하는 구조조정·재건 절차입니다.이 과정에서 관리인의 역할과 권한, 책임을 제대로 이해하면 어느 시점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채권자들과 거래 상대방에게 어떻게 신뢰를 쌓아야 하는지, 법원과는 어떤 프레임으로 소통해야 하는지 회생 절차의 향후 흐름이 훨씬 명확해지며, 회생 절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대신 철저한 준비로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경영 위기로 회생을 고민하고 계신가요? 현재 회사의 상황과 앞으로 회사의 구조조정을 어떻게 대표님께서 주관하여 수행 하실 것인지, 회생 전문 변호사에게 진단 받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신청 부터 인가까지 '지금' 준비된 전문가들이 대표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