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엽 대표의 회생 절차 심층 분석] 회생절차에서 금융기관의 회생담보권의 인정과 한계

회생
글쓴이 이정엽 대표 변호사 2025-12-11 조회 7

기업 회생절차에서 담보권이 완전히 설정되지 않은 채권에 대해 금융기관들이 회생담보권 지위를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건설사, 시행사 등의 회생 신청 사건에서 금융기관의 대출은 대부분 담보대출로 이루어집니다. 이때 금융기관은 사업 시행자가 장래 취득할 부동산을 등기 없이도 양도담보권으로 취득할 수 있다고 보거나, 근저당권을 설정받기로 하는 약정을 담보로 보고 대출을 실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같은 업계의 관행은 사업 시행자의 자본 조달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기능을 하지만, 해당 사업자가 회생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기관의 회생 절차에서의 지위가 문제됩니다. 금융기관은 기본적으로 회생담보권자로 인정 받아 최대한 대출금을 회수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는 창원지방법원에서 다뤄진 세 가지 사례를 통해 회생담보권 인정의 쟁점과 한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참고 : 본 칼럼은 창원지방법원의 회생담보권 관련 사례와 현행 법령, 판례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반적인 법률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사례 소개


사례 1 – 근저당권 약정 이행이 예정된 대출채권


A은행은 회생절차에 들어간 채무자 회사에 상당한 규모의 운영 자금 대출을 해준 채권자였습니다. 대출 당시 약정으로 “채무자가 추진 중인 공장 부지 분양계약이 이행되면, 그 부지에 A은행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분양 계약이 이행되기 전에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절차 개시 시점에 해당 부지에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경료하지 못하였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A은행은 당해 채권을 회생담보권으로 신고하였습니다. 관리인(채무자 대표)이 회생절차 개시 후에도 분양사업을 계속 이행하여 공장 부지를 확보한다면, 결국 A은행이 약정대로 담보권을 취득할 테니 A은행의 채권을 담보부 채권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에 대해 조사위원은 “회생절차 개시 당시 담보권 설정(근저당권설정등기)이 완료되지 않았으므로 회생담보권으로 볼 수 없다”는 엄격한 입장을 제시했습니다. 비록 향후 계약 이행으로 담보권이 설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법률 요건상 “개시 시 존재하는 담보권”이 아니므로 인정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례 2 – 신축 아파트 담보 예정 채권의 담보권 주장


B은행 사례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채무자 회사는 회생 전에 아파트 신축 분양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B은행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의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해 왔습니다. 대출 조건으로 “신축되는 아파트에 분양대금 완납 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B은행 대출을 담보한다”는 약정이 있었는데, 회생절차 개시 시점에 아파트 건물이 아직 준공 전(등기 경료 전)이라 담보 설정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B은행은 “사업이 계속 진행되어 아파트가 완공되면 약정에 따라 담보권을 얻게 되므로, 대출채권 중 그 담보 예정 부분은 회생담보권으로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사례 3 – 신축 예정 건물에 대한 담보권 약정과 그 한계


C은행의 사례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상황입니다. 채무자 회사가 장래에 신축할 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고 C은행에서 시설 자금 대출을 받은 경우입니다. 계약에는 “건물이 완공되면 그 건물에 대한 양도담보(소유권 이전 형식 담보)나 근저당권을 설정해 C은행 대출을 담보한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회생절차 개시 시점에 건물은 아직 착공 전이었고, 당연히 담보로서의 건물 자산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C은행은 “향후 관리인이 이 건물 신축을 이행하면 자신이 담보권을 취득하게 될 것이므로, 그 예정된 담보부 부분은 회생담보권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생담보권 판단 기준과 법리 쟁점 정리


채무자회생법상 '회생담보권'에 해당하기 위한 요건


  1.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회생담보권자의 권리)
① 회생채권이나 회생절차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무자 외의 자에 대한 재산상의 청구권으로서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상에 존재하는 유치권ㆍ질권ㆍ저당권ㆍ양도담보권ㆍ가등기담보권ㆍ「동산ㆍ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ㆍ전세권 또는 우선특권으로 담보된 범위의 것은 회생담보권으로 한다. 다만, 이자 또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이나 위약금의 청구권에 관하여는 회생절차개시결정 전날까지 생긴것에 한한다.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에 따라 회생담보권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아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권일 것
  2. 회생절차 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에,
  3. 담보권(채권을 담보하는 권리)이 존재할 것


회생절차 개시 전의 원인으로 생긴 채권


회생담보권의 판단 시점은 회생절차 개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 합니다. 개시 전의 법률관계에 따라 발생한 채권일 것이 첫 번째 관문입니다. 만일 채권이 회생절차 개시 후의 원인에 기하여 생긴 경우에는 채무자회생법 제118조 제4호의 회생절차 참가의 비용 외에는 아무리 담보를 제공하였어도 회생담보권으로 인정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상기 사례의 금융기관의 경우 모두 회생절차 개시 전에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본 요건은 충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회생절차 개시 당시 채무자의 재산 요건


채무자의 재산 요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개시 이전에 채무자 소유의 재산에 담보권이 설정되어있을 것이 원칙입니다.


[그림] 채무자회생법 제141조에 따른 회생담보권 인정 시점의 도식화

채무자회생법 제141조에 따른 회생담보권 판단 기준


채권을 담보하는 권리(담보권)가 존재할 것


채무자회생법 제141조 제1항에 예시된 담보권은 "유치권ㆍ질권ㆍ저당권ㆍ양도담보권ㆍ가등기담보권ㆍ「동산ㆍ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른 담보권ㆍ전세권 또는 우선특권"입니다. 해당 담보권은 우선특권을 제외하고는 법률(관습법 포함)에 따라 그 요효성이 인정되는 실체법상 담보물권입니다.


쉽게 말해 상기 사례와 같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에는, 민법 제186조에 따라 근저당권설정등기 등을 하여야만 담보로서의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입니다.


  1. 민법 제186조(부동산물권변동의 효력)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하여야 그 효력이 생긴다.


한편, 채무자의 금융기관 채권자들이 회생담보권을 주장하며 자주 제시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 동산 소유권유보부 매매에 관한 대법원 판결입니다. 채무자회생법상 우선특권에 관한 논의와도 연결이 되는데, 담보로서의 실질을 회생 절차에서 어디까지 인정할 것 인가에 관한 논의입니다.


사실관계(소유권유보부 매매)


해당 사건은 채무자 회사가 기계를 할부로 구입하면서 대금을 다 갚을 때까지 판매자(편의 상 '채권자'라 칭함)가 소유권을 유보한 사례였는데, 형식적으로는 판매자 소유의 기계를 사용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질은 미지급 대금에 대한 담보와 같았습니다.


대법원 판단


  1. 대법원 2014. 4. 10. 선고 2013다61190 판결
"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는 동산을 매매하여 인도하면서 대금 완납 시까지 동산의 소유권을 매도인에게 유보하기로 특약한 것을 말하며, 이러한 내용의 계약은 동산의 매도인이 매매대금을 다 수령할 때까지 대금채권에 대한 담보의 효과를 취득·유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동산의 소유권유보부매매의 경우에, 매도인이 유보한 소유권은 담보권의 실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담보 목적의 양도와 마찬가지로 매수인에 대한 회생절차에서 회생담보권으로 취급함이 타당하고, 매도인은 매매목적물인 동산에 대하여 환취권을 행사할 수 없다."


대법원은 위와 같이 “회생절차에서 채권자가 소유권을 유보한 동산 소유권은 회생담보권으로 취급된다”고 판시하여, 실질적인 담보의 기능을 하는 권리라면 법정 담보권이 아니어도 회생담보권으로 취급될 수 있다는 입장을 표했습니다. 당시 이 판례는 담보권의 개념을 형식보다는 경제적 실질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학계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당해 판결과 금융기관 약정에 기인한 회생담보권 주장의 차이


다만 해당 판례는 등기를 요하지 않는 동산 소유권유보부 매매에 한정한 사안이며, 해당 판례도 담보권의 실질이 인정되려면 해당 권리가 회생절차 개시 시점에 이미 존재하여야 함을 전제로 합니다. 즉 동산 소유권유보부 매매의 경우, 기계라는 자산이 인도되었고 판매자가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상태(즉 담보 목적으로 잡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개시 당시 담보물권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회생담보권을 제3자에게 유효하게 인정(등기 등을 통해 누구나 그 권리의 존재를 알 수 있는 경우 등)되는 경우를 넘어 확대하여 인정하는 것은, 제3자의 예측 가능성과 도산법이 예정하는 집단적·포괄적 집행절차라는 정책적 목표를 고려할 때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 사건 재판부와 필자의 견해 정리


상기 사례들의 경우에는 '담보의 객체(부지, 아파트, 건물)가 완성되지 않았거나 담보권 실행이 미완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실질을 논하기 이전에 담보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결국 형식적으로 없는 담보권을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상기 사례들은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회생담보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상기 사건을 심리한 법원 역시 채무자회생법의 문언대로 회생담보권의 인정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였고, 사전에 약정되었거나 미래에 발생할 담보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회생담보권 지위를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이를 회생채권으로 판단하였습니다.


관리인의 계약 이행 선택과 회생담보권 관계에 관한 소고


쌍무계약에 관한 이행의 선택


회생절차에서 관리인은 미이행 쌍무계약(쌍방이 모두 이행 중인 계약)을 계속 이행하거나 해제할 선택권을 가집니다(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한 경우, 그 계약에서 발생하는 상대방의 채권은 법적으로 공익채권(채무자회생법 제179조 제1항 제7호)이 되어 회생절차와 무관하게 즉시 변제를 요구할 수 있는 우선채권이 됩니다.


  1. 채무자회생법 제179조 (공익채권이 되는 청구권)
① 7. 제119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관리인이 채무의 이행을 하는 때에 상대방이 갖는 청구권


  1. 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에 관한 선택)
① 쌍무계약에 관하여 채무자와 그 상대방이 모두 회생절차개시 당시에 아직 그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때에는 관리인은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이행을 청구 할 수 있다. 다만, 관리인은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난 후 또는 제240조의 규정에 의한 서면결의에 부치는 결정이 있은 후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없다.


반대로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하면 상대방은 계약해제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회생채권으로 행사하게 됩니다. 다만 공익채권으로 인정되는 범위는 계약의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분적인(분할 이행 가능한) 계약이라면 개시 이후 부분만 공익채권이 되고 이전 부분은 회생채권으로 남습니다.


본 사안의 적용


상기 사례 2에서 회생절차 진행 중에 아파트가 완공되어 근저당권을 설정하더라도, 그것은 절차 개시 이후에 발생한 새로운 담보일 뿐 개시 당시의 담보로 볼 수 없습니다. 한편 상기 사례 3에서 실제로 관리인이 이행을 선택하지 않아 건물이 끝내 신축 되지 않는다면, C은행이 기대한 담보권은 끝까지 형체를 갖지 못하게 되므로 회생담보권으로 인정될 여지가 없습니다. 설사 관리인이 뒤늦게 이행을 결정해 건축을 완료하고 담보를 설정한다고 해도, 그 담보권은 절차 도중 새로 취득한 것일 뿐 애초에 개시 시점에 확보된 담보가 아니므로 회생담보권으로서는 보호 받기 어렵습니다.


정리하면 관리인의 이행 선택으로 공사가 계속 진행된다면 금융기관의 지위는 공익채권화된 것일지언정 회생담보권으로 취급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는게 타당해 보입니다.


실무적 시사점과 대응 방안


담보권 설정을 장래 특정 조건(혹은 기한)으로 약정 한 대출 계약의 이슈는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기업 입장


기업은 회생절차를 준비하거나 진행할 때 우리 회사 채무 중 담보권 완비 여부를 철저히 파악해야 합니다. 만약 일부 채권자에게 담보 제공을 약속만 하고 이행하지 못한 채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면, 그 채권자는 사후에 강하게 담보권 인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절차 진행에 분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가능한 한 사전에 담보 설정 약정을 이행하거나, 불가능하다면 해당 채권자와 협의하여 별도의 담보 제공 방안이나 금융조건 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금융기관 등 채권자 입장


반대로 금융기관 등 채권자 입장에서는, 담보권을 확보하려면 시기의 중요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채무자가 어려움을 겪는 조짐이 보이면 담보 설정 등기를 미루지 말고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회생절차에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회생절차 개시 전에 담보권의 형식을 득하지 못하면, 이후에는 법원의 포괄적 금지명령 등으로 담보권 설정이 막히고 결국 무담보 채권자로 전락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에는 관리인과의 협의를 통해 계약 이행 여부나 조건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리인이 계약을 계속 이행하기로 한다면 해당 거래로 발생하는 새로운 채권 부분은 공익채권으로 인정받아 우선 변제 될 수 있지만, 기존 채권 자체가 담보로 탈바꿈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에 대한 전략적 설계도 필요합니다.



회생 절차 전문 변호사 이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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