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로집사 병·의원 회생 전문 변호사 최재윤입니다.
병·의원 원장님들과 회생 상담을 하다 보면, 원장님들의 표정이 가장 어두워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요양급여(진료비) 이야기가 나올 때입니다.
"변호사님, 회생 신청하면 은행이 건보 급여를 다 가져간다는데... 진료비가 끊기면 병원 문 바로 닫아야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매달 들어오는 요양 급여는 병원의 산소호흡기와 같습니다. 건강보험공단 요양 급여가 끊긴다는 것은 사실상 병원 운영 중단을 의미합니다. 본 글을 통해 저희 로집사가 직접 수행한 'H병원' 원장님의 일반 회생 인가 사례를 중심으로, 병원 회생의 최대 난관인 요양 급여 지급 문제를 실무적으로 어떻게 풀어냈는지 설명드리겠습니다.
왜 병원 회생이 유독 까다로울까요? - 메디컬론/닥터론의 구조
일반적인 사업자나 회사의 회생 절차와 달리 병원은 '금융 조달 구조'가 특수합니다. 바로 원장님들이 개원 시 운영 자금으로 받은 '메디컬/닥터론' 때문입니다. 은행은 대출을 실행하면서 일반적으로는 채무자의 부동산 등 자산에 담보를 설정합니다. 그런데 병·의원 원장님들은 장래 안정적인 현금 유입이 기대되므로, 은행 등 금융기관은 장래에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을 요양 급여를 담보로 '양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채권양도담보'입니다. 채권양도담보는 은행이 미래에 병원에서 발생할 수익을 담보로 제공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압류·강제집행
법원을 통한 강제 절차로, 회생 법원의 중지명령·포괄금지명령·개시결정에 의해 중지되며, 필요한 경우 취소명령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양도담보
요양 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채권)의 소유권 자체가 계약에 의해 금융기관으로 이전 된 사적 담보로, 원칙적으로 회생법원의 강제집행 중지·취소 명령의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메디컬/닥터론의 '채권양도 담보'는 회생 법원이 포괄적 금지명령(채무자회생법 제44조)을 발령하더라도, 금융기관은 "이 돈은 이미 적법한 계약으로 양도 받은 은행 소유의 채권"이라고 주장합니다. 한편 건강보험공단 담당자 입장에서도 법적 분쟁에 휘말리기 싫으니 지급을 중단하는 쪽을 택하고, 이 지점에서 많은 병원의 원장님들이 회생을 망설이시게 됩니다 .
요양 급여 청구권과 관련한 법적 쟁점
회생 법원의 '포괄적 금지 명령'에 의해 중지되는 것은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즉 집행 권원에 의한 강제집행(법원에 의한 절차)의 경우에 한합니다. 또한 회생법원에서 취소시킬 수 있는 것도 '회생 법원의 명령에 의해 중지된 절차 또는 처분'의 경우에 한하므로, 요양급여 청구권 양도담보와 같은 사적 담보에는 이러한 명령이 직접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금융기관은 요양 급여 청구권이 본인들에게 귀속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법리적 전환점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장래 발생하는 채권이 담보 목적으로 양도된 후 채권양도인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0다63836 판결
"장래 발생하는 채권이 담보목적으로 양도된 후 채권양도인에 대하여 회생절차가 개시되었을 경우, 회생절차개시결정으로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 권한은 모두 관리인에게 전속하게 되는데(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조 제1항), 관리인은 채무자나 그의 기관 또는 대표자가 아니고 채무자와 그 채권자 등으로 구성되는 이른바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일종의 공적 수탁자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1559 판결 참조), 회생절차가 개시된 후 발생하는 채권은 채무자가 아닌 관리인의 지위에 기한 행위로 인하여 발생하는 것으로서 채권양도담보의 목적물에 포함되지 아니하고, 이에 따라 그러한 채권에 대해서는 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한다."
왜 회생 개시 결정 이후 채권에는 담보권이 미치지 않는가 - 최재윤 변호사의 판례 분석
관리인은 채무자가 아닙니다
병원 혹은 원장님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지면, 채무자(병원)의 모든 업무 수행 권한과 재산의 관리·처분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56조 제1항). 이때 관리인은 단순히 병원이나 원장님을 대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관리인을 '채무자와 채권자 등으로 구성된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 즉 공적 수탁자'로 정의합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56조(회생절차개시 후의 업무와 재산의 관리)
①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는 때에는 채무자의 업무의 수행과 재산의 관리 및 처분을 하는 권한은 관리인에게 전속한다.
② 개인인 채무자 또는 개인이 아닌 채무자의 이사는 제1항에 규정에 의한 관리인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부당하게 그 행사에 관여할 수 없다.
개시 후 발생 채권은 관리인의 지위에 기한 채권입니다
금융기관과 원장님이 양도 담보 계약을 체결할 당시의 계약 상대방은 어디까지나 '채무자인 병원 혹은 원장님'입니다. 그러나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진료 행위를 포함한 병원의 모든 영업이 채무자가 아닌 '관리인의 지위'에 기하여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회생 개시 이후 발생하는 요양급여채권은 애초에 양도 담보 계약의 목적물인 '채무자의 채권'이 아닙니다.
담보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이유
채권 양도담보 계약은 채무자가 장래에 취득할 채권을 담보 목적으로 이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관리인이 관리인의 지위에서 취득하는 채권은 '채무자가 취득하는 채권'이 아니므로, 계약의 문언상으로도 양도담보의 목적물 범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금융기관이 아무리 포괄적인 장래채권 양도 계약을 체결해두었더라도,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 발생한 채권까지 그 효력이 미친다고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요양 급여,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원장님들의 걱정에 대한 답변입니다. '요양 급여, 회생 신청하더라도 운영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회생절차개시결정이 내려진 이후, 건강보험공단이 지급하는 요양 급여는 금융기관의 담보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관리인(병원 혹은 원장님)이 관리하는 자산입니다.
병·의원 회생 전문 로집사가 수행한 H병원 사건에서도 이 법리를 활용하였습니다. 개시 결정 이후의 요양급여채권은 양도담보의 효력 밖에 있다는 점을 법원에 소명하였고, 이 같은 법리를 건강보험공단에도 제출하였습니다. 결국 요양급여 지급이 재개되어 임직원 급여·약품비·임료 등 병원 운영에 필수적인 공익채권을 정상적으로 충당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이 과정은 개시결정 시점, 양도담보 계약의 구체적 내용, 가압류·압류 등 강제집행 여부, 건강보험공단과의 협의 방식, 법원 허가 신청의 타이밍 등 사건 별 사실관계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정확한 판단과 법원 대응 전략은 병·의원 회생 경험이 충분한 전문 법무법인과의 상담을 통해 수립하시기를 권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