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이 거의 없는 기업도 회생이 가능한가: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비교
회생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남은 자산이 하나도 없는데 회생이 되겠습니까."
최근 수행한 B2B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의 간이회생 사건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됩니다.
조사기준일 현재 자산총계는 7천만 원대에 불과하였고 부채총계는 22억 원대로, 부채가 자산을 21억 원 넘게 초과하는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간이조사위원의 의견은 "간이회생절차를 진행함이 적정"이었습니다.
자산의 많고 적음은 회생 가부의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산이 없는 것이 회생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구조가 존재합니다.
이 글에서 그 이유를 실제 산정 방식에 따라 설명합니다.
[최재윤의 회생 인사이트] 간이회생 5부작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간이회생 사건에서 실제로 제기된 쟁점을 순서대로 정리하였습니다.
- 1편. 간이회생절차의 요건과 실익
- 2편. 자산이 거의 없는 기업도 회생이 가능한가 (현재 글)
- 3편. 출자전환 75%, 대표자와 주주의 지분은 어떻게 되는가
- 4편. 대표자가 투입한 자금은 회생채권으로 인정받는가
- 5편. 개시결정일을 기준으로 갈리는 조세채권과 은행의 상계권
판단 기준은 자산의 규모가 아닙니다
결론: 회생 가부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초과하는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조사위원 또는 간이조사위원은 채무자의 재산과 수익 상황을 조사하여, 채무자가 영업을 계속할 때의 가치가 청산할 때의 가치보다 큰지를 법원에 보고합니다.
이것이 회생절차 존속 여부의 실질적 판단 기준입니다.
회생계획 인가 요건 중 하나인 청산가치보장원칙(제243조 제1항 제4호)도 같은 구조입니다.
회생계획에 따라 채권자가 변제받을 금액은 파산적 청산이 이루어졌을 때 배당받을 금액 이상이어야 합니다.
즉 기준선은 청산가치이며, 이 기준선을 넘으면 회생이 유지됩니다.
실제 수치
앞의 사건에서 산정된 수치입니다.
구분 | 금액 |
|---|---|
추정기간 계속기업가치 | 약 7억 6천만 원 |
조사기준일 현재 청산가치 | 약 7천만 원 |
차이 | 약 6억 9천만 원 |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약 6억 9천만 원 초과하였습니다.
여기에 영업전망, 거래처 유지 가능성, 운영자금 조달 가능성에 관한 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절차 진행이 적정하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자산이 없다는 사실이 어떻게 작용하였는가
이 회사의 자산은 현금성자산, 외상매출금, 비품, 상표권과 특허권, 임차보증금이 전부였습니다. 부동산도 설비도 없었습니다.
그 결과 청산가치가 7천만 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여기에서 구조가 드러납니다. 청산가치가 낮다는 것은 넘어야 할 기준선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부동산과 대규모 설비를 보유한 제조업은 청산가치가 수십억 원으로 산정되므로, 계속기업가치가 그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자산이 많은 회사가 회생에 유리할 것이라는 통념은 실무와 반대입니다.
실무상 유의점. 자산이 없어 청산가치가 낮다는 것은 유리한 요소이지만, 그 자체로 회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속기업가치가 산출되려면 영업이익이 발생하여야 합니다. 청산가치가 0에 가깝더라도 영업이익이 없으면 계속기업가치도 산출되지 않으므로 회생은 불가능합니다.
청산가치는 어떻게 산정하는가
청산가치는 기업이 파산적 청산을 통하여 해체되는 과정에서 개별 자산을 분리하여 처분할 때의 가치입니다.
실사가치보다 상당한 감액이 이루어지며, 회수 가능한 최소가치를 의미합니다.
자산 항목 | 산정 방법 |
|---|---|
현금 및 현금성자산 | 전액 회수 가능하므로 실사가액을 그대로 반영 |
외상매출금 | 회수비용을 고려하여 실사가치의 80% |
비품 | 회수비용을 고려하여 실사가치의 80% |
임차보증금 | 자산의 특성을 반영하여 80% |
무형자산(특허권, 상표권, 소프트웨어) | 상각이 완료되었거나 별도의 청산가치가 산정되지 아니하여 반영하지 않음 |
주목하실 항목은 무형자산입니다.
이 회사는 국내외 특허권과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청산가치는 0으로 산정되었습니다.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처분할 때의 환가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식재산권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라도 청산가치가 높게 산정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사가 제시한 자산 중 선급비용, 선급금, 부가세대급금, 선납세금은 실사 과정에서 전액 제외되었습니다.
비용 항목이거나 부가세예수금 및 미지급법인세와 상계되는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회사 장부상 자산과 실사가치는 다릅니다.
계속기업가치는 어떻게 산정하는가
결론: 추정기간 영업이익의 현재가치에 추정기간 이후의 잔존가치를 더하여 산정합니다.
가. 추정기간
비영업용자산의 가치와 영업이익의 현재가치 등을 합산한 금액이 청산가치를 보장할 수 있는 기간을 말합니다.
청산가치 보장기간이 5년 미만이면 5년을 원칙 기간으로 산정하고, 5년 이상이면 해당 기간으로 산정합니다.
나. 매출 추정
최근 3개년 매출액과 회사가 제시한 사업계획상 현실화 예상액을 기준으로 하되,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적용하여 향후 매출액을 추정합니다.
회사가 제시한 낙관적 사업계획이 그대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앞의 사건에서는 준비연도와 1차연도 매출을 플랫폼의 실제 매출데이터 분석 결과를 고려하여 추정하고, 그 이후는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범위 내에서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다. 할인율
조사기준일 현재의 국고채금리에 법원 회생 프리미엄을 가산하여 산정합니다.
앞의 사건에서는 국고채금리에 프리미엄 6.5%를 가산하여 10%대의 할인율이 적용되었습니다.
라. 영구성장률
예측기간 이후의 현금흐름에 반영하는 영구성장률은 0%로 가정합니다.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근거로 계속기업가치를 부풀릴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마. 이월결손금
누적 이월결손금이 있는 경우 그 공제로 인하여 추정기간 전체에 걸쳐 법인세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계속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결론을 가른 요인은 개시 직전의 흑자 전환이었습니다
이 사건의 최근 손익 추이입니다.
구분 | 내용 |
|---|---|
최근 3개년 매출 | 10억 원대에서 14억 원대로 성장 |
직전 사업연도 | 영업손실 12억 원대, 영업손실률 84% |
당해 연도 초 | 영업손실 지속 |
구조 변경 이후 2개월 | 영업이익 발생 |
직전 사업연도까지 이 회사는 인력집약적 고정비 구조와 연구개발 비용 지출로 누적 영업손실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나타나는 구조입니다. 그대로 조사를 받았다면 계속기업가치는 산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변화는 회생 신청 직전에 있었습니다. 회사는 인력집약적 고정비 구조를 AI 에이전트 기반 운영체계와 외주 프로젝트 중심의 변동비 구조로 변경하였고, 그 결과 구조 변경 이후 2개월간 영업이익이 발생하였습니다. 간이조사위원은 이 점을 반영하여 향후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률이 향상될 것으로 추정하였습니다.
재판부는 이 부분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대표자 심문에서 재판부는 "전 직원 퇴직 이후 회사 구조가 변경되었으므로, 변경 이후에도 계속기업가치가 산출되는 상황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보정을 요구하였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직전 월 결산자료를 객관적 자료로 첨부하여 CRO 비용을 포함한 계속기업가치 전망을 정리하여 제출할 것을 명하였고, 제출 자료를 검토한 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개시 전 조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즉 구조조정 이후의 수익성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이 사건의 실질적 쟁점이었습니다. 감축한 인건비가 실제로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었는지, CRO 급여와 같이 회생절차에서 새로 발생하는 비용을 반영하고도 영업이익이 유지되는지가 확인 대상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자산이 하나도 없는데 회생이 됩니까.
A. 가능합니다. 판단 기준은 자산의 규모가 아니라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초과하는지 여부입니다. 자산이 없으면 청산가치가 낮으므로 오히려 기준선을 넘기가 용이한 구조입니다.
Q. 부채가 자산을 20억 원 이상 초과하는데 회생이 됩니까.
A. 채무초과는 회생절차개시 신청의 사유이지 회생을 배제하는 사유가 아닙니다. 영업이익이 발생하여 계속기업가치가 산출되면 절차는 유지됩니다.
Q. 특허권과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청산가치가 높게 나옵니까.
A.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개별적으로 분리하여 처분할 때의 환가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청산가치는 반영되지 않습니다.
Q. 사업계획을 낙관적으로 제출하면 계속기업가치가 높게 산정됩니까.
A. 아닙니다. 매출 추정은 최근 3개년 실적과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준으로 이루어지고, 영구성장률은 0%로 가정합니다.
Q. 회생 신청 직전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 유리합니까.
A.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 객관적 자료로 확인되면 계속기업가치 산정에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다만 구조 변경 이후의 손익을 결산자료로 입증하여야 하며, 재판부가 이를 별도로 확인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정리
남은 자산이 없다는 이유로 회생을 포기하시는 대표님이 많습니다.
실무는 반대입니다. 자산이 없으면 청산가치가 낮게 산정되고, 그만큼 계속기업가치가 이를 초과하기 용이합니다. 부동산을 보유한 기업이 오히려 청산가치라는 높은 기준선을 넘지 못하여 절차가 폐지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확인하여야 할 것은 자산이 아니라 영업이익입니다. 지금 구조로 이익이 나는지, 나지 않는다면 어떤 구조로 바꾸어야 이익이 나는지, 그리고 그 변화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할 수 있는지가 회생 가부를 결정합니다.
[최재윤의 회생 인사이트] 시리즈
1편. 간이회생절차의 요건과 실익: 부채 50억 원 이하 기업의 선택
3편. 출자전환 75%, 대표자와 주주의 지분은 어떻게 되는가
회생 가능성을 확인한 다음 제기되는 쟁점은 채무가 실제로 어떻게 조정되는지입니다.
계속기업가치 사전 검토
법무법인 로집사 기업도산센터는 신청 준비 단계에서 대리인이 직접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산정하여 신청서에 반영합니다. 조사위원이 다시 산정하더라도, 산정 근거와 자료를 갖추고 절차에 진입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가 하나의 팀으로 사건을 수행하므로 외부 회계법인에 위탁하지 않습니다.
상담 신청: 기업도산 상담 바로가기
현재 손익 구조로 계속기업가치가 산출되는지, 산출되지 않는다면 어떤 조정이 필요한지 검토해 드립니다.
글. 법무법인 로집사 기업도산센터 파트너변호사 최재윤
본 글은 실제 수행 사건을 업종과 규모 수준으로 일반화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은 개별 법률 상담을 통하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