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 회생 절차에서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려면 채권자들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에 담보를 설정하고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은행 등)은 회생계획안 가결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집니다.
특히 거액의 대출을 일으킨 병원, 제조업, 부동산 인프라 중심 사업체의 경우 은행의 동의 여부가 사실상 회생 성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글을 통해 담보권자인 은행이 회생계획안 동의를 거부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이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회생계획안 가결 요건
회생계획안이 인가되려면 채무자회생법상 일정한 가결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채권자는 회생채권자, 회생담보권자, 주주·지분권자로 구분되며, 각 조(組)별로 가결 요건이 다릅니다.
회생담보권자 조의 경우, 의결권 총액의 4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가결됩니다. 은행이 전체 담보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 사실상 은행 한 곳의 찬반이 회생담보권자 조의 가결 여부를 결정짓는 구조가 됩니다. 예를 들어 신한은행이 100억 원의 담보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이것이 전체 회생담보권의 대부분이라면 신한은행이 반대할 경우 회생담보권자 조 자체가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277조(가결의 요건)
관계인집회에서는 다음 각호의 구분에 의하여 회생계획안을 가결한다.
1. 회생채권자의 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채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3분의 2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
2. 회생담보권자의 조
가. 제220조의 규정에 의한 회생계획안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4분의 3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
나. 제222조의 규정에 의한 회생계획안에 관하여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회생담보권자의 의결권의 총액의 5분의 4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
3. 주주ㆍ지분권자의 조 회생계획안의 가결을 위한 관계인집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ㆍ지분권자의 의결권의 총수의 2분의 1이상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가 있을 것
담보권자 '은행'이 동의하지 않는 이유
은행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제안된 이자율이나 변제 조건이 자신들의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회생 중인 기업은 현금 흐름이 빠듯한 상태이므로 공익채권(임금 등)을 우선 정리하면서 초기에는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첫 해는 무이자로 시작하여 이후 연 1%, 2%, 3% 순으로 이율을 점진적으로 높여가는 단계적인 상환을 제안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이자(예: 연 2%)를 요구하며 협상에 나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단순히 수익 문제가 아니라, 은행 본사의 내부 규정상 일정 이하의 이율 조건을 임의로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은행은 담보물을 경매로 처분했을 때 회수 가능한 금액인 청산가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회생계획 조건이 그 기대치보다 낮으면 동의하지 않는 것입니다.
은행이 동의를 거부하면 무조건 회생이 끝나는 건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채무자회생법에는 강제인가 제도가 있습니다.강제인가란, 특정 조(組)가 부결되더라도 법원이 일정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하면 회생계획안을 인가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청산가치 보장 원칙입니다. 즉 담보권자가 회생계획에 따라 받게 되는 변제액이 해당 담보물을 경매로 청산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적지 않다면 법원이 강제인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담보권자인 은행이 동의를 거부하더라도, 청산가치 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강제인가 가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됩니다.
- 채무자회생법 제244조(동의하지 아니하는 조가 있는 경우의 인가)
①회생계획안에 관하여 관계인집회에서 결의하거나 제240조의 규정에 의한 서면결의에 부치는 경우 법정의 액 또는 수 이상의 의결권을 가진 자의 동의를 얻지 못한 조가 있는 때에도 법원은 회생계획안을 변경하여 그 조의 회생채권자ㆍ회생담보권자ㆍ주주ㆍ지분권자를 위하여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방법에 의하여 그 권리를 보호하는 조항을 정하고 회생계획인가의 결정을 할 수 있다.
청산가치보다 계속기업가치가 높다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요?
운영을 지속해야 수입이 발생하는 사업체는 단순히 경매로 회사 자산인 건물 등을 처분했을 때의 가치(청산가치)보다 사업을 계속 운영했을 때의 가치(계속기업가치)가 훨씬 높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강제인가'의 몇 가지 중요한 논거가 생깁니다.
첫째, 경매 유찰 가능성을 반영해야 합니다.
정신병원, 요양병원 등 특수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은 일반 건축물에 비해 매수자가 제한적이어서 경매가 유찰되면 낙찰가가 대폭 하락합니다. 이 경우 실제 회수금액이 채권액보다 훨씬 낮아질 수 있으며 은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둘째, 계속기업가치 우위를 공식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조사위원 또는 회계법인, 감정법인 등을 통해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한다는 사실을 공식 자료로 만들어두면 강제인가 신청 시 법원을 설득하는 핵심 근거가 됩니다.
은행이 끝까지 동의를 거부한다면 어떤 선택지가 남나요?
은행이 협상에 응하지 않고 끝까지 동의를 거부하는 경우, 회생 절차는 폐지되고 파산 절차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을 단순히 실패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무조건 회생 인가만을 목표로 하다가 불리한 조건을 수용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파산 시나리오를 병행하여 준비하는 것이 실질적인 손실을 줄이는 데 유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 파산 전환을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은행이 요구하는 이자율 조건을 충족하면 실제로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인 경우, 채권자 집회 시기가 임박해 협상 여지가 없는 경우, 그리고 사업의 핵심 자산(환자 기반, 영업권 등)을 합법적인 방식으로 다른 법인에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회생 절차에서 파산으로 전환되면, 파산관재인은 회생 절차 전체를 소급하여 검토합니다. 회생 기간 중 이루어진 변제, 자산 이전, 계약 해지 등이 편파변제나 사해행위로 문제가 되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행의 동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면, 관계인집회 이전부터 회생 전문 변호사와 함께 파산 전환에 대비한 준비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회생과 파산을 동시에 준비하는 것은 위험을 분산하고 손실을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전략입니다. 담보권자 은행과의 협상, 강제인가 가능성 검토, 파산 전환 대비까지 복합적인 상황이라면 회생·파산 전문팀과 조기에 상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회생 폐지는 끝이 아니라 전략을 수정할 기회입니다.
철저한 구조 재편과 자금 증빙을 통해 기업의 소중한 가치를 되찾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