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회생 신청 시기의 판단 기준과 포괄적 금지명령의 효력
어제 상담에서 건설사 대표님이 제시한 상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익일 집행하여야 할 자금이 15억 원인데 입금 예정액은 3억 원, 본사 직원 임금은 2주째 체불, 조세 체납으로 계좌 압류가 예고된 상태였습니다.
회생 신청 시기를 언제로 잡느냐에 따라 확보할 수 있는 법적 효과가 완전히 달라지는 국면이었습니다.
법인회생에서 신청 시기는 부수적 문제가 아닙니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하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은 신청이 접수된 이후에 비로소 발령됩니다. 신청 전에 발생한 압류, 가압류, 계약 해지는 그 효력을 되돌리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회생 신청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과 그 시기에 따라 확보되는 법적 효과를 정리합니다.
[최재윤의 회생 인사이트] 법인회생 3부작
회생 상담에서 실제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세 가지 쟁점을 순서대로 정리하였습니다.
- 1편. 신청 시기의 판단 기준과 포괄적 금지명령 (현재 글)
- 2편. 개시결정 전후 자금 집행의 기준: 공익채권과 편파변제
- 3편. 절차의 진행 순서와 기간, 예납금, 변제율
회생절차가 채무자에게 부여하는 세 가지 효과
회생절차를 단순히 채무 감면 제도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무상 회생절차가 채무자에게 부여하는 효과는 다음 세 가지입니다.
가. 회생계획 인가에 따른 권리변경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회생채권과 회생담보권은 계획에서 정한 바에 따라 감면되거나 기한이 유예됩니다. 채무를 법률에 근거하여 조정할 수 있는 절차는 회생절차와 파산절차뿐입니다.
나. 개별적 권리행사의 금지
회생절차개시결정이 있으면 회생채권 또는 회생담보권에 기한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담보권 실행을 위한 경매는 할 수 없고 이미 진행 중인 절차는 중지됩니다(채무자회생법 제58조). 개별 채권자가 먼저 집행하여 우선 회수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것이 회생절차의 핵심 기능입니다.
다. 대표이사의 관리인 지위 취득
실무상 가장 저평가되는 부분입니다. 채무자회생법은 기존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제74조 제2항), 관리인을 선임하지 아니하는 경우 채무자의 대표자가 관리인으로 봅니다(제74조 제4항). 이를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라고 합니다.
관리인은 채무자의 기관이 아니라 채무자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 단체의 관리자로서 공적 수탁자의 지위에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의 태도입니다. 지위가 변경되면 실무상 효과가 발생합니다. 종전 경영 과정에서 문제될 수 있는 행위에 대하여 대표자가 관리인의 지위에서 직접 소명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됩니다. 사해행위 또는 형사 쟁점이 발생할 여지가 있는 사안에서 형사 방어를 목적으로 회생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
결론: 회생 신청 시 보전처분 신청과 포괄적 금지명령 신청을 함께 제출하며, 실무상 3일에서 10일 이내에 결정이 내려집니다.
회생절차개시 신청과 동시에 두 개의 신청서를 제출합니다.
포괄적 금지명령의 실무상 효력 범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미 진행 중인 경매절차도 중지됩니다. 익일이 입찰기일이더라도 중지됩니다.
둘째, 민사소송의 제기가 금지되고 계속 중인 소송은 중단됩니다.
셋째, 가압류, 가처분, 추심, 담보권 실행이 모두 정지됩니다.
넷째, 이미 행하여진 강제집행에 관하여는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 그 취소를 명할 수 있습니다.
서울회생법원 기준으로 신청 익일에 발령되는 경우도 있으나, 통상 3일에서 10일 정도가 소요됩니다.
실무상 유의점. 포괄적 금지명령은 신청 이후에 발령됩니다.
신청서 준비에는 재무제표와 계정별원장 등 기초 자료가 갖추어져 있어도 최소 2주가 소요되며, 현장이 다수인 건설사는 자료 확보에만 2주에서 3주가 걸립니다. 그 기간 중 압류가 집행되면 취소를 구하여야 하고, 취소 여부는 법원의 재량 판단 사항입니다.
신청 시기와 계약 해지의 관계
결론: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회생을 신청하면 상대방의 계약 해지 주장을 다툴 수 있고, 이행 여부의 선택권은 관리인에게 귀속됩니다.
건설업 대표자가 회생 신청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도급사의 계약 해지, 이른바 타절에 대한 우려입니다.
이 부분은 두 가지 법리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가. 해지에는 해지 사유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계약을 해지하려면 계약상 채무불이행 사유가 존재하여야 합니다. 채무불이행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상대방의 해지 주장은 근거를 잃게 됩니다. 도산을 이유로 한 해지조항이 계약서에 있더라도 그 효력에 관하여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실무상 상대방이 이를 근거로 즉시 해지를 관철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해지는 상대방의 통보만으로 완결되지 않습니다. 채무자가 해지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계약이 해제 또는 해지되었는지 여부 자체가 분쟁의 대상이 되고, 상대방은 그 상태에서 다른 업체로 교체하는 데 법률상 위험을 부담하게 됩니다.
나.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선택권
회생절차개시 당시 채무자와 상대방이 모두 이행을 완료하지 아니한 쌍무계약에 관하여는, 관리인이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거나 채무자의 채무를 이행하고 상대방의 채무 이행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채무자회생법 제119조 제1항). 선택권이 관리인, 즉 대표자에게 부여되는 것입니다.
실무상 의미는 명확합니다. 수익성이 확보된 현장은 이행을 선택하여 계속 수행하고, 손실이 발생하는 현장은 해지를 선택하여 정리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서도 상당 부분 공정이 진행된 현장을 신규 업체로 교체할 경우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게 되므로, 회생 신청 사실만으로 즉시 해지에 나서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신청 시기의 판단 기준
채무자회생법 제34조 제1항은 회생절차개시 신청 사유로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아니하고는 변제기에 있는 채무를 변제할 수 없는 때 또는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생길 염려가 있는 때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지급불능이 현실화된 이후가 아니라 그 염려가 있는 단계에서 이미 신청이 가능합니다.
실무상 다음 항목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검토 시점으로 봅니다.
가. 당월 지출 예정액이 유입 예정액을 초과한다
설계변경이나 기성 증액을 기대하며 결정을 유보하는 사례가 가장 많습니다. 어제 상담한 대표님도 변경계약 체결 후 지급이 가능하다고 판단하여 대기하다가 마지막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나. 임금이 체불되기 시작하였다
임금 체불은 근로기준법 제36조 위반으로 같은 법 제109조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입니다. 하도급대금 미지급이 민사 문제에 그치는 것과 달리, 대표자 개인의 형사책임으로 직결됩니다.
다. 조세 체납으로 압류 예고를 받았다
조세채권은 판결 없이 국세징수법 등에 따라 즉시 압류가 가능합니다. 금융기관을 통하여 사용 중인 계좌가 일시에 압류될 수 있습니다.
라. 채권자가 소 제기 또는 가압류에 착수하였다
채권자는 집행권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소를 제기하고, 회수가 지연되면 형사고소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응하지 않고 시간이 경과하면 민사와 형사 사건이 동시에 다수 발생합니다.
마. 현재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회생절차는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현금흐름이 완전히 소멸한 이후에는 회생계획안 자체를 수립할 수 없어 절차 진입이 불가능해집니다.
최종적으로 파산이 예상되는 경우의 검토
결론: 최종적으로 파산이 예상되더라도 회생을 먼저 신청하는 것이 유리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제 상담에서도 동일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결국 파산으로 갈 것 같은데 비용을 들여 회생을 신청할 실익이 있는지 여부입니다.
회생절차에 진입하면 조사위원이 선임되어 채무자의 재산과 부채,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를 조사합니다(채무자회생법 제87조).
최종적으로 회생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그 과정에서 채권자에 대한 정리와 대표자 개인에 대한 쟁점 정리가 완료됩니다.
조사위원은 대표자의 종전 행위나 채무자에 대한 손해 발생 여부를 조사하는데, 대표자는 관리인의 지위에서 이에 대응합니다.
조사위원은 관리인과 지속적으로 협의하며 예납금에서 보수를 지급받는 구조이므로, 수사기관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다만 재판부나 관리위원이 특정 사항에 관하여 추가 조사를 요구하는 경우에는 조사 범위가 확대됩니다.
중요한 점은 회생법원이 수사기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인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확인되면 부인권 행사를 통한 원상회복(채무자회생법 제100조)을 검토할 뿐이고, 형사고소를 권고하지 않습니다.
반면 회생절차 없이 곧바로 파산을 신청하면 채권자는 조사 결과나 설명 절차 없이 결과만을 통보받게 되므로, 대표자의 자산 은닉 등을 의심하고 형사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회생절차 폐지(제286조, 제288조) 후 법원이 직권으로 파산을 선고하는 방식(제6조 제2항)이 가능하므로, 절차를 처음부터 반복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법인회생 신청서 준비에 얼마나 걸립니까.
A. 재무제표, 계정별원장 등 기초 자료가 갖추어져 있어도 최소 2주가 필요합니다. 규모가 크고 사업장이 다수인 경우 자료 확보에만 2주에서 3주가 소요됩니다.
Q. 포괄적 금지명령은 언제 발령됩니까.
A. 신청 익일에 발령되는 경우도 있으나 통상 3일에서 10일 이내입니다. 발령 시점부터 강제집행, 가압류, 가처분, 경매, 소 제기가 금지됩니다.
Q. 이미 압류된 계좌는 어떻게 됩니까.
A. 이미 행하여진 강제집행은 중지되고, 법원이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취소를 명할 수 있습니다. 다만 취소 여부는 법원의 재량 판단 사항이므로, 압류 전에 신청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Q. 회생을 신청하면 원도급사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합니까.
A. 계약 해지에는 채무불이행 사유가 필요합니다. 그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상대방의 해지 주장은 다툴 수 있고, 쌍방미이행 쌍무계약의 이행 여부 선택권은 관리인에게 있습니다.
Q. 회생이 인가되지 않으면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하여야 합니까.
A. 조사 결과 회생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면 폐지, M&A, 파산 신청 중 선택할 수 있으며, 폐지 후 법원의 직권 파산선고로 이어지는 경우 절차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
회생 상담에서 가장 자주 확인되는 판단 오류는 결정을 유보하는 것입니다. 결정이 지연되는 동안 압류가 집행되고, 임금이 체불되며, 형사고소가 시작됩니다. 그 결과 회생 신청 시점에 확보할 수 있었던 법적 효과의 상당 부분을 상실하게 됩니다.
어제 대표님께 드린 결론도 동일하였습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형사 쟁점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회생 신청이 필요하며, 신청 시기를 더 늦출 실익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생절차는 사업 실패를 확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개별적으로 집행에 나서는 채권자들을 하나의 절차 안으로 편입시키고 대표자에게 관리인의 지위를 부여하는 절차입니다. 신청이 늦어지면 그 지위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최재윤의 회생 인사이트] 다음 편
2편. 개시결정 전후 자금 집행의 기준: 공익채권과 편파변제
신청 시기를 정한 다음 제기되는 쟁점은 잔여 자금의 집행 순서입니다.
신청 시기 진단
법무법인 로집사 기업도산센터는 서울회생법원 및 대전회생법원에서 법인회생, 법인파산 사건을 담당한 판사 출신 변호사를 중심으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가 하나의 팀으로 사건을 수행합니다. 개시결정까지만 법률 업무를 수행하고 회생계획안 작성과 채권 조사를 외부 회계법인에 위탁하는 방식과 달리, 신청 준비부터 인가에 이르는 전 과정을 내부에서 처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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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점이 신청 시기에 해당하는지, 확보 가능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검토하여 알려드립니다.
글. 법무법인 로집사 기업도산센터 파트너변호사 최재윤
본 글은 실제 상담 사례를 일반화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구체적 사안은 개별 법률 상담을 통하여 확인하시기 바랍니다.